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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선거법 위반 공판이 열리다......
오늘(2008.1.22) 오전 10시에 남부지방법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한 공판이 있었습니다. 심리 도중 오늘 선고가 가능하다는 판사님의 말씀에 조금 더 시간을 내 오후 2시에 선고까지 받고 왔습니다.
이로서 2007년 11.13일 선거법위반으로 고발당한 지 71일만에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저의 싸움은 끝이 났습니다. 

법원의 판결은 주1)"선고유예".....

심리적, 경제적 이유로 "선고유예"가 내려지기를 간절히 바랬었지만, 막상 원하던 판결이 나고 나니 "그렇구나...."라는 생각만 들 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공판이 열린 법정-허락받고 찍었습니다.]

법정에서 나와 길을 걸으며 이것 저것 생각에 잠겼지만, 제가 예상했던 것처럼 마음이 홀 가분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판결 전 보다 지금의 심정이 더욱 복잡하고 착잡한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되었지만, 보다 많은 것을 오늘의 짧은 재판과정에서 느끼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와 법의 엄격함 사이에서 고민하는 재판부....
그 중 가장 제 마음을 파고든 것은  “재판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인 것 같습니다.
재판부는 심리에 들어가기 앞서 이렇게 말합니다.

"공직선거법 93조의 조항을 광의적으로 해석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조항마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2004년 공직선거법 93조에 대한 위헌 소송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진 이상 재판부는 합헌인 법 조항에 근거하여 판결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정도 문제는 인정 할 수 있지만, 법이니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후 심리가 끝나고 오후에 재개된 판결에서 재판부는 이러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고인이 블로그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적 의견을 게시함으로써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점은 인정되나, 재판부는 이를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의사표현에 대해 처벌한다는 것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민주주의는 이러한 의사표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현재의 민주주의는 이러한 행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바 이를 처벌하여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제한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본 법정은 피고인에게 선고유예를 선고합니다.

그렇다고 하여 본 법정의 결정이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며, 다만 앞으로는 법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글을 써주시기 바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피고가 많은 사람들이 신뢰하는 영향력 있는 블로거로 보여져 처벌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가야 하므로 본 법정은 많은 고민 끝에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제 기억을 더듬어 쓴 것이므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판결의 요지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직선거법 93조의 위법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성문화된 법의 엄격함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려는 재판부의 고민이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게 많은 교훈을 주었으며 제게 갇혀있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제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기쁨에 앞서 저를 숙연하게 했던 것은 철저히 짓밟히고 유린당한 줄만 알았던 민주주의가 제가 알지 못하는 사이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분들에 의해 찬연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사건이 끝나고 나면 홀 가분 해질 줄 알았던 제 마음은 오히려 더욱 무거워져 있습니다. 재판이 끝난 후에 포스팅하려 했던 글 주제들은 재판부의 고민을 느끼게 된 후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어버렸으며, 속 시원히 법을 조롱해보겠다던 마음 또한 지금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와 함께 수줍게만 들리는 “신뢰하며 영향력 있는 블로거”라는 대목에 지금까지 제가 해온 미숙한 포스팅을 생각하며, 그러한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새로운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 비난일색, 비아냥거림, 나팔불기 등의 포스팅으로 많은 추천수를 거머쥔 저급한 블로거로써 낯뜨거운 감정에 제 얼굴을 떨구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더 많은 숙제들이 제 어깨와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번 사건은 분명 제 블로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변죽을 둘러대며 웃어버릴지도 모르겠지만요.......

돌아오는 길에 선거법 개정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고민에 빠져있었습니다.
제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재판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과 노력.....
방향성을 잃어버린 제 마음의 혼돈...... 그리고 선거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선거법 개정의 주체 국회....

문득 인간일수도 사이보그일 수도 없었던 공각기동대(Ghost on the Shell) 쿠사나기 소령의 마지막 독백이 떠오릅니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저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송구스러움과 함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그리고 아무 보상없이 제 변론을 해주신 배지영님께 이 글을 빌어 감사말씀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선거법 위반으로 고생하시는 모든분들께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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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선고유예 : 범정(犯情)을 참작해 경미한 범행을 한 자에게 일정한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기간을 특정한 사고 없이 경과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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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jistoryn.tistory.com BlogIcon James Sun 2008.06.24 01: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ARMA님에 대한 첫기억이 '경찰서 출두 조사 후기' 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글을 읽으며 그려봤던 당당한 ARMA님 이미지가 아직도 떠오르네요. 그 뒤 좋은 결과 있었으면 했는데 이제야 소식을 접했네요;;. 그리고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점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법부 또한 아직 죽지않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요.. 그러나 그 근본인 선거법이 아직도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는 변함없는 사실에는 여전히 안타깝네요. 여튼 반가운 소식에 댓글 남겨봅니다 :)

    • Favicon of https://arma.tistory.com BlogIcon ARMA 2008.06.24 10:4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는 의식있는 판사 만나 그런대로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벌금형과 같은 실형을 받으셨더군요. 선거법 문제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요즘엔 워악 큰일들이 많으니... 걱정이예요 ^^